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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이 오면 -심훈 -

이연옥(지니) 2019. 2. 27. 11:02


"명시 감상" ♣ 그날이 오면 ♣ -심훈-
      
    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
    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
     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,
     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,
     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같이
      종로의 인경(人磬)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.
     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 나도
     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
     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
      육조(六曹) 앞 넓은 길을 울며 뛰고 뒹굴어도
     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
     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
     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쳐메고는
     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.
     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
     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.